
@ 참신한 소재
가녀하면 노래가자에 계집녀해서 무녀가 떠오릅니다.
그래서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들었던 생각은
여자 무희에 관한 소설인가?였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가녀는 가부장과 같은 의미로 집의 가장 어른으로서 여자를 의미합니다.
@ 한 집안의 가장인 딸
소설 주인공인 슬아는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입니다.
작가로 성공하다 보니 출판사를 세우게 됐고 직원이 필요하게 됐는데,
다른 출판사와 달리 엄마와 아빠를 직원으로 채용해서
월급을 주며 출판사를 운영합니다.
가장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한 가정을 이끌어 나가는 사람과 남편을 달리 이르는 말이라 나와있습니다.
두 가지 의미를 합하면 가정을 이끌어 나가는 남편인데,
가장의 역할은 꼭 남자가 해야 한다는 생각에 반기를 들은 것이 이 책의 컨셉입니다.
남자로 태어나야만 가장이 아니라 돈을 벌고 가정을 책임 질 수만 있으면
여자든 자식이든 가장이 될 수 있습니다.
돈을 잘 버는 딸이 부모와 함께 살면서
집안의 버팀목으로 대우를 받는다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다음 설정이 이 소설에 재미를 주고
독자들에게 책의 내용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 집이 회사
주인공 슬아네 집은 회사로 사용됩니다.
그러나 퇴근 시간이 되면 가정집으로 바뀝니다.
회사와 집이 하나의 공간에 겹쳐 있습니다.
그래서 9시부터 6시까지는 부모와 딸임에도 불구하고 사장과 직원의 관계로 지냅니다.
심지어는 서로 존재말을 하면서 지시를 하고 이를 따릅니다.
우리는 삶을 살면서 많은 역할을 해내야 합니다.
학창시절에는 학생 역할에만 충실하면 됐다면
결혼 후에는 남편, 아빠, 팀원, 아들 역할까지 해야 합니다.
좋게 말하면 삶의 범위가 넓어지는 거고
나쁘게 말하면 책임이 많아지면서 나로서 사는 시간이 적어집니다.
주어지는 역할이야 충실히 하면 되지만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해야하는 경우가 생기면 어려움에 처합니다.
퇴근후 집에 오면 남편과 아빠 역할이 동시에 요구되고
부모님집에 가면 남편과 아들 역할이 동시에 요구됩니다.
@ 회사를 잘 운영하려면 계약서를 써야합니다
가정에 불화가 생기고 부부 싸움을 하면서 잘 돌아가지 않게 되는 이유는
여러가지 역할이 동시에 요구 될 적에 충돌하는 역할을 잘 해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퇴근 후 아내는 아이들을 봐주면서 아빠 역할을 원하는데,
남편 역할만 하려고 하는 경우 갈등이 생깁니다.
부모님 집에 갔을 때 배우자는 남편 역할을 원하는데,
아들 역할만 하려고 하는 경우 다툼이 생깁니다.
슬아네 가족은 집이란 공간에서 딸이자 사장의 역할,
부모이자 직원의 역할이 공존하지만
그 역할들이 서로 충동하지 않고 각자 훌륭하게 담당합니다.
이 가족에겐 무슨 비법이 있을까 살펴보다 보니 깨닫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사람은 두가지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두가지 역할이 충돌 할 때는 하나의 역할만 선택해야 하고
그 역할은 계약서로 규정해야 충실히 지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족끼리 무슨 계약서를 쓰냐 말 할 수 있겠지만
슬아네는 그렇게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평화롭게 회사를 잘 운영하고 구성원 모두 만족합니다.
결혼 생활이 한때 남이었던 사람과 함께 사는 거라면
애초에 계약서가 필요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퇴근해서 아이가 자는 10시까지는 아빠 역할에 충실하고 이후에 남편 역할에 충실한다.
대신 시부모를 만나는 주말에는 아들 역할에 충실해도 된다.”
라는 내용의 계약서 말입니다.
@ 운명에 순종
슬아는 항상 마감 시간에 쫓기는 신경질적인 사장으로 나옵니다.
반면 부모는 현재 생활이 만족스러운 직원으로 나옵니다.
부모가 만족한 삶을 살 수 있게 되고, 집안에 평화가 온 이유는
부모가 부모로서 역할을 고집하지 않고
슬아를 자식이 아닌 사장으로 대하기로 결심 했기 때문입니다.
자식이지만 슬아를 집안의 가장으로 인정하고
부모는 자존심 내려놓고 편하게 살기로 선택한 겁니다.
슬아도 마찬가지로 다른 공간을 사무실로 쓸수 있었고
다른 직원을 채용할 수도 있었지만
집이 편하고 부모님이 해주시는 밥이 맛이 있어서
집과 부모님을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고 부모님을 설득합니다.
@ 가정 불화의 원인
많은 가정에 다툼이 벌어지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 입니다.
첫번째는 가족 구성원은 사랑하는 사이니까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해주겠지 하는 생각입니다.
우리는 집안일에 대해서 역할 분담하는 것을 정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내가 어려운 일 또는 아쉬운 일이 생기면
배우자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해결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말하지 않고 나의 생각과 마음을 상대방이 알아주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말을 해도 잘 알아 듣지 못합니다.
그러니 때로는 계약서 같이 글로 나의 생각과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말은 감정이 실려 원래 하려던 말보다 과격하게 나오는 경우가 있지만
글은 정제가 된 후에 상대방에게 전달이 되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는 부모가 권위와 자존심을 버리지 않고 자식위에 군림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어 자녀가 성장하고 자녀의 능력이 부모보다 더 출중해지면
그런 자녀를 성인으로 인정해줘야 합니다.
심지어는 가녀장의 등장인물 처럼 부모가 자녀를 모셔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섬기는 것이 어렵다면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를 인정하기만 해도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거라 생각합니다.
가부장의 시대에서 나타나는 많은 문제들이 가녀장의 시대에는 해결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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